Go to contents

날세운 비박... 몸사리는 친박

Posted January. 16, 2015 07:10,   

ENGLISH

이른바 김무성 수첩 사건 이후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당청()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반면 지난해 말 김무성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며 바짝 날을 세웠던 친박계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공수()가 뒤바뀐 셈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재선의 김성태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건 배후 메모는)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와대가 집권당 대표를 무시하면 대통령도 예우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가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진위를 파악하려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해도 안 받았는데 이게 올바른 당청관계냐며 당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도록 대통령이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계 재선인 김영우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만에 하나 (청와대) 비서관들 사이에서 제3, 제4의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정말 수습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조직개편을 잘해서 (당청 간)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미세한 현상을 가지고 전체를 파악하려 하는 선입관이 개입돼 있다며 청와대가 음 전 행정관을 사퇴시켰으면 김 대표에게 상당히 예를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음 전 행정관은 이날 사표가 수리돼 면직 처리됐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비박계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친박계의 반응은 지난해 말 대규모 모임을 갖고 김 대표를 겨냥해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건과 당협위원장 선출 등에 대해 당직 사유화 독선 등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크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29일 열리는 친박계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도 정치 현안 발언은 피하기로 했다.

친박계 청와대 행정관이 구설수에 오른 만큼 비박계와 언쟁을 벌여 득이 될 것이 없고 계속 김무성 흔들기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