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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사과 느려 터졌고 셀프개혁 주문 안이하다

박 대통령 사과 느려 터졌고 셀프개혁 주문 안이하다

Posted April. 30, 201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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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14일 만에 국무회의 모두()에 밝힌 사과에 국민이 감동과 위로를 받았을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사과는 지나치게 경솔해서도, 너무 느려서도 안 된다. 이번 경우 대통령은 사과의 시기도 놓쳤고 표현도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 경위야 어찌됐든 국가기관의 잘못으로 302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일어났으면 국정을 책임 진 대통령으로서 희생자와 유족,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사고 다음날인 17일 현장을 찾아서도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공무원들에게 지시하고 질타만 했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마치 행정부의 수반도, 국정의 책임자도 아닌 듯한 모습을 보였으니 일각에서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을 때 유족들은 이제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기들을 살려달라고 해야 하나 선장 집어넣고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해양수산부부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내 자식이 이렇게 됐으면 내가 어떻게 할 건지 그 마음으로 해 달라는 당부를 들으며 박 대통령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기에 박 대통령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을 보듬고 정파와 이념, 세대에 관계없이 국민 통합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지금 같은 참담한 상황을 맞아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집권 초기에 과거의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노력을 강화하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관()피아

철밥통으로 상징되는 관료사회의 개혁 방안과 공무원 임용부터 인사 시스템 개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주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면 아직도 대한민국이 이 모양이겠는가. 국가정보원 개혁에서 보듯 공직자들의 손에 스스로의 개혁을 맡기는 셀프 개혁으로는 진정한 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공직사회 개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면 너무 안이하고 순진한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