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후보들의 큰 정부 경쟁, 국민에 복음아니다

[사설] 후보들의 큰 정부 경쟁, 국민에 복음아니다

Posted November. 10, 2012 05:44,   

ENGLISH

정부 조직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50여 차례 개편됐지만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효과 측정이 제대로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조직의 이합집산()이 반복되다보니 선거철만 되면 부처 신설과 개편 공약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새 정치를 얘기하는 올해 대선에서도 과거의 관행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와 ICT(정보방송통신)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일자리청,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미래기획부 신설을 약속하며 작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선뜻 파악하기 어렵다.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등 과거 통폐합된 부처를 되살리겠다는 공약은 성과 평가를 해보고서 만든 것인지 의문이다. 기회균등위원회(박 후보), 사회적경제위원회와 국가일자리위원회(문 후보), 재벌개혁위원회와 교육개혁위원회(안 후보)와 같이 옥상옥() 위원회 공약도 쏟아져 나온다.

정부 조직을 새로 만들면 인사 총무 등과 같은 관리지원 인력까지 덩달아 불어난다. 경제 위기로 정부 역할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나 검증되지 않은 공약이나 직역단체와 공무원의 표심을 의식한 부처 신설은 위기 극복은커녕 걸림돌이 될 것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시장은 위축되고 국가 경쟁력은 추락한다. 그리스는 노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일 정도로 큰 정부를 지향했다. 재정 위기를 부르는 큰 정부는 국민에 복음()이 아니라 재앙이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신설된 부처는 9.11 테러 이후 만들어진 국토안전부뿐이다. 외국 공무원들은 한국 정부기관의 이름이 자주 바뀌어 누가 파트너인지 햇갈린다고 하소연한다. 현 정부 들어 지식경제부(Ministry of knowledge economy)가 출범하자 해외에서 학술연구 부서냐는 문의가 쏟아졌다. 이 정부에도 과연 꼭 필요한지 의문인 부실 위원회가 열 손가락으로 다 꼽지 못할 정도다. 정권 교체기에 부처끼리 제 밥그릇을 챙기기 다툼을 절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금융시스템 안정에 몰두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 감독기구 개편을 둘러싸고 설전이나 벌이고 있다.

후보들이 공약은 찔끔찔끔 내놓고 부처 신설 약속으로 바람을 잡으면 국민은 헛갈리고 공무원은 현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 공무원들은 이러다가 또 짐을 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후보들은 정부 조직개편 운운하기 전에 정책 조정이나 예산 배분으로 문제를 푸는 방안부터 내놔야 한다. 조직 개편이 꼭 필요하면 완성도 높은 정책 공약과 현 조직의 문제점을 꺼내놓고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