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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북한의 아웅산 수치

Posted November. 15, 20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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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버마)는 북한과 함께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가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다. 1948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미얀마는 한때 필리핀과 함께 잘나가던 동남아 부국이었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이 버마식 사회주의를 목표로 장기 집권한 결과 북한을 닮은 최악의 독재국가로 전락했다. 미얀마는 1975년 남북한과 동시에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북한과는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 때문에 단교했다가 2007년 관계를 복원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얀마는 48년 동안 군부독재정권이, 북한은 62년 동안 김일성 김정일 부자 세습 정권이 선군정치로 장기집권하고 있다. 북한은 미얀마에 무기를 수출하고 식량 등을 제공받는다.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에서는 북한이 미얀마를 무기 거래의 중간 기지로 활용하고 미얀마는 북한에서 핵 프로그램에 이용될 기술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얀마는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깊은 산악지대로 비밀리에 옮겨 세상의 놀림감이 됐다.

1962년 군부 집권 이후 28년 만인 1990년 실시된 첫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 여사(65)가 이끄는 야당이 압승했지만 군정은 선거를 무효화하고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그로부터 20년 만인 7일 야당 주요 인사들의 출마가 원천 봉쇄된 가운데 치러진 총선에선 군정이 지원하는 정당이 이겼지만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옥스퍼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수치 여사는 1988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귀국했다가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1991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는 지난 21년 동안 무려 15년을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13일 연금이 해제됐다.

북한에는 수치 여사 같은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없다. 중국의 류샤오보 같은 반체제 인사도 없다. 북한은 민주화 인권운동의 싹이 터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내버려두지 않는다. 가차 없이 죽이거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낸다. 설사 류샤오보 같은 인물이 민주화 요구를 담은 선언을 발표해도 언론 활동이 철저히 통제돼 북한 내부와 외부 세계에 알려지지 않는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지금도 민주화운동가들이 억울하게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