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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시 회고록

Posted November. 12, 20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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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법 개혁 실패에 영향을 미쳤던 미국의 고립주의 보호주의 국수주의가 의회에서 컬럼비아 파나마 그리고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까지 가로막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펴낸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에서 한미 FTA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미국이 외국과의 경쟁에 화를 내고 또 겁내기까지 하는 편협한 나라가 돼 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대통령은 대중을 이끌어야지 여론이나 쫓아선 안 된다고 쓴 대목에선 그가 이렇게 강한 리더십을 지닌 멋진 대통령 이었나 다시 보게 된다. 신랄하기로 유명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가 (그가 선거에 나왔다면) 에고, 그를 찍을 뻔 했다고 했을 정도다.

회고록 홍보에 나선 부시 전 대통령은 내가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까막눈인 줄 알았던 사람들에게는 내가 책을 썼다는 게 충격일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예일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의 엘리트이면서도 텍사스 카우보이 같은 대중적인 모습으로 대통령선거 운동을 했고, 그래서 집권 초에는 인기도 모았다. 문제는 너무나 서민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나중에는 그에게 미국 대통령다운 능력과 자질이 있는 건지 의문이 확산된 점이다.

자서전에는 무방비로 기습공격을 당했다(blindsided)라는 표현이 많다. 그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미군이 만행을 벌인 사진을 봤을 때도, 2008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이런 무책임한 표현을 썼다. 그러니 그가 대통령으로서 한 가장 의미 있는 일로 911테러 이후 미국 땅에 성공한 테러가 없었다는 사실을 꼽는 것을 남들이 순순히 인정할리 없다. 특히 정치적 반대자들은 왜 대통령이 애초에 911을 예방하지 못했는지 거세게 탓한다.

그럼에도 지지율 30% 대에서 대통령 직을 떠난 그의 인기도가 지난달엔 49%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거의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리를 떠난 전직 대통령을 너그럽게 평가해준 것인지, 아니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인지 궁금하다. 자꾸 미뤄지고 있는 한미 FTA가 미국에서 의회 승인이 없어도 가능했던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체결됐더라면 싶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