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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핀란드 교육

Posted October. 11, 20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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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사우나 자이리톨의 나라 핀란드를 요즘 더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이다. 핀란드는 3년 단위로 치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관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2000년, 2003년, 2006년 세 번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교육계의 진보 성향 인사들과 진보 교육감이 취임한 교육청의 공무원들이 지난주 대거 핀란드를 찾았다. 정부 산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요우니 벨리예르비 핀란드교육연구소장을 초청해 핀란드 교육정책을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바야흐로 핀란드 교육 학습 열풍이다.

핀란드에선 유치원생에겐 글자와 숫자를 가르치지 않는다.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아이들은 밖에서 놀아야 한다. 비가 와도 예외는 없다. 시험, 등수, 수준별 수업, 학원도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놀라운 학업성취가 가능할까.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도 크지 않고 천연자원도 없는 핀란드는 공교육에 최우선 순위로 투자한다는 얘기다.

핀란드 교육의 핵심은 평등교육, 무상교육이다. 1963년 핀란드 정부는 모든 학생은 공립인 종합학교에 다니도록 의무화했다. 예술 영재를 위한 극소수 사립학교가 있긴 하지만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공교육의 무사안일을 타파하기 위해 경쟁 개념을 도입할 때 핀란드는 평등교육을 강화했다. 그런데도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지는 핀란드를 미국이 가장 닮아야 할 교육모델로 선정했다.

인구 530만 명에 불과한 핀란드의 교육은 개인차를 배려함으로써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중점을 둔다. 반면 인구 5000만 명인 우리나라는 경쟁을 통한 선발시스템에 익숙하다. 핀란드의 조세부담률은 국민총생산(GNP)의 44.5%이지만 우리는 19.3%(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핀란드에는 세금을 많이 내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쓸 거라는 국민의 믿음이 있다. 핀란드는 성적으로 줄 세우기 경쟁을 배제하는 대신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경쟁시킨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평등교육을 무조건 이식()한다고 해서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 교육의 껍데기만 봐서는 안 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