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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실버티즌

Posted August. 24, 20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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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960번의 도전 끝에 운전면허증을 따내고 공짜 승용차까지 얻은 차사순(69전북 완주군) 할머니는 정말 행복하다며 차로 아들 딸 집에 놀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차 할머니는 필기시험에서만 949번 떨어지면서도 끈질기게 도전해 올해 5월 면허증을 받았다. 캠페인 블로그에 매일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면 자동차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자동차회사에서 승용차도 받았다. 네티즌들은 도전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신 할머니 중간에 포기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라는 댓글을 올려 응원했다. 노년의 도전이 사람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초고령사회의 해법을 보는 듯하다.

의학 발달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과거 청장년 못지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노인들이 많다. 인생 백세 시대가 성큼 다가와 일찍 죽기도 힘든 세상이랄까. 6070대 노인이라도 앞으로 더 살아야 할 날이 3040년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기간의 절반을 더 살아야 하는데 노인이라고 해서 도전을 포기할 순 없다. 마라톤 완주를 하고 연극 영화에 출연하는 노인을 유별나게 볼 일도 아니다.

그래도 인터넷 휴대폰 같은 정보기술(IT)분야는 노인이 익히기 힘들다. 새 기술이 등장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잡기 어렵다. 어렵사리 휴대폰 문자를 보내는 걸 배웠더니 젊은이들은 벌써 트위터나 스마트폰으로 가버려 소외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노인이 21세기의 원시인처럼 살아가라는 법은 없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IT디바이드(격차)를 극복하려고 도전하고 또 도전할 일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1회 이상 인터넷을 사용한 60세 이상 인구는 146만 명(2009년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13만 명이나 늘었다. 60세 이상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실버티즌(Silvertizen)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 비하면 아직 실버티즌에 대한 배려는 미흡하다. 노인이 이용하기 쉽도록 IT인프라를 만들고 노인 친화형 상품화에 노력한다면 IT생활에서 소외되는 노인도 줄고 일자리 문호도 더 열릴 것이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