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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잔뜩 지정만 해놓고 내팽개친 경제 방임구역

[사설] 잔뜩 지정만 해놓고 내팽개친 경제 방임구역

Posted July. 21, 20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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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부동산 개발 전문업체 페더럴 디벨롭먼트의 존 인판티노 사장이 1년 전 전북도청을 방문해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FEZ)의 고군산군도에 휴양형 해양리조트를 조성하는 내용이었다. 2012년까지 3700억 원, 2015년까지 5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두 달 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행보증금 200만 달러(24억 원)도 내지 않고 사업계획을 철회했다.

2008년 지정된 새만금군산 경제자유구역이 지금껏 유치한 투자는 4건 3억6000만 달러다. 역시 대구 구미 포항의 경제자유구역도 9개 외국 업체와 MOU를 맺었지만 실제 투자는 1건 뿐이다. 황해(경기 평택, 충남 당진아산서산) 경제자유구역은 실적이 한 건도 없다. 충남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차라리 지정을 해제해 예산을 아끼고 주민 재산권 제약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판이다.

중국은 1980년 홍콩과 맞닿아 있던 인구 3만 명의 작은 어촌 선전((수,천))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외자 유치에 나선 끝에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첨단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성장거점을 확보하겠다며 2003년 인천, 부산진해, 광양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고 2008년 3곳을 추가했지만 중국 특구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경제특구 5곳보다 많은 6곳에 경제자유구역 간판만 나눠먹기 식으로 달아주고 세제()우대, 재정지원, 규제완화 같은 인센티브는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방치한 탓이 크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경제자유구역을 축소하거나 간판을 내리고 성장성이 높은 구역에는 과감하게 특혜를 줘서 발전시켜야 한다. 입지가 뛰어나다는 인천 경제자유구역도 7년여 동안 9억 달러 유치에 그쳤고 외국인 전용병원이나 학교도 정착시키지 못했다. 인센티브는 적고 행정규제는 많았기 때문이다.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국내기업을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잘못된 전략이다.

경제자유구역 6곳이 유치한 외자는 국내에 들어온 외자의 2.5%에 불과했다. 경제자유구역에 투자매력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과감한 조치를 미루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균형발전이란 명분 아래 경제자유구역과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숱하게 했는데 지금 정부는 적극적으로 승계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태로는 외자가 한국을 우회해 주변 경쟁국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