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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아르바이트 뛴 16개월간 복직만 꿈꿔

일용직-아르바이트 뛴 16개월간 복직만 꿈꿔

Posted June. 15, 20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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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는 남이 살려주는 게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과 제가 살리는 겁니다. 경영진들요? 경영진들이 여러분만큼 이 회사에 오래 계실 것 같습니까?

사내 강사로 나선 임택근 쌍용자동차 기원(사무직 과장차장에 해당하는 기능직 직급)의 이야기에 수강생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14일 경기 안성시 쌍용자동차 인재개발원의 한 강의실. 근무복을 입고 조를 이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1년 4개월 만에 출근한 쌍용차 기능직 직원들이었다.

16개월 만에 돌아온 직원들

쌍용차는 지난해 2월 연말이면 복직될 테니 그동안만 참아 달라며 기능직 직원 410여 명에게 휴업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장기 파업과 판매 부진으로 이들의 복귀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장기 파업 이후 노사 상생() 사업장으로 거듭난 쌍용차는 신차 코란도C를 올해 하반기(712월)에 내놓기 위해 현장 감독자와 생산관리직 중심으로 140여 명을 지난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복귀시켰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조립 작업을 맡을 1020년차 270여 명은 1년 넘게 회사의 연락만을 기다렸다. 이모 기감(사무직 대리과장에 해당)은 한 달에 한 번 소집일에 모여 이번에도 어렵게 됐다는 회사 측 설명을 듣고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르바이트 정보를 교환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휴업 중이던 직원 대부분은 적금을 깨고, 생활비를 구하러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1520년차라는 한 기감은 지난주 금요일까지도 물탱크 청소 용역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며 과연 회사로 돌아올 수 있을까, 내가 해고자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유급휴업이긴 했으나 임금의 일부만 나왔고 그나마도 자주 밀려 체불액이 1000만 원 가까이 된 적도 있었다고 한다.

휴업자 270여 명은 1416일 인재개발원에서 안전 및 소양 교육을 받고 17일부터 코란도C를 생산하는 조립 1라인에 투입된다. 조립 1라인은 복직자들로만 운영된다. 회사의 미래가 걸린 신차를, 회사를 믿고 기다려 준 복직자들이 만드는 셈이다.

잘못된 관행 없애야 자성도

이날 교육에 참석한 복직자들은 강의 내용을 노트에 받아 적고, 쉬는 시간에는 먼저 복직한 현장 감독자 주변에 모여 라인에 새로 설치한 장비에 대해 묻는 등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박영태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회사의 경영 현황을 설명했고, 송승기 쌍용차 생산1담당 부장은 구조조정 뒤 달라진 회사 분위기를 설명하며 품질이 최우선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날카로운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임택근 기원이 솔직히 우리가 전에 라인에 문제가 있으면 팀장하고 논의를 했느냐, 노조와 논의를 했느냐고 묻자 (노조) 대의원과 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임 기원은 관리직이 말하기에는 껄끄러울 수 있는 문제지만 나는 같은 기능직이니까 과거에 잘못한 건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날 복직한 270명 외에도 쌍용차에는 아직도 무급휴직 중인 직원이 460명가량 더 있다. 회사는 이들뿐 아니라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망퇴직하거나 영업직으로 직종을 전환한 직원에게도 앞으로 경영 상태가 호전돼 새 인력이 필요해지면 복귀시키거나 다시 채용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GM대우자동차도 2001년 대우자동차 시절 정리해고한 직원 1725명 중 복직을 원하는 사람 1609명을 2006년까지 전원 다시 채용한 전례가 있다.



장강명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