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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여 패인 제대로 알고 겸허한 수용 말하나

[사설] 청•여 패인 제대로 알고 겸허한 수용 말하나

Posted June. 04, 20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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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62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8 재보선에서 2대3으로 패했을 때도, 같은해 429 재보선에서 0대5로 참패를 당했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선거에 졌다 하면 자판기처럼 겸허한 수용을 말하지만 과연 패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62선거에서 오만해서 졌다. 공천에서 극심한 난맥상을 드러냈다. 강원 경남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가 인물론 세대교체론의 힘을 받아 강세를 보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역사회를 위해 발품한번 판적 없거나 지역 현안에 관해 토론 준비도 안된 후보를 공천했다. 특정 실세나 현역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역기반이 탄탄한 현역단체장 등이 공천에 떨어져 총구를 거꾸로 겨누는 여-여 대결도 적지 않았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이라는 고질적인 계파갈등의 불화 속에서 승리는 요행수나 다름 없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전 대표가 책임있는 당원으로서 지원유세조차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 야권 후보들이 MB정권 심판의 기치아래 후보를 단일화하고 플래카드를 함께 붙이며 선거전날 저녁까지 골목을 누비는 동안 한나라당 사람들은 천안함으로 끝난 선거라며 다 이긴 것처럼 행동했다. 턱걸이로 재선() 관문을 통과 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자신은 당선안정권이라고 봤는지, 경기 인천에 지원유세를 가겠다고 했다. 당중진이라는 이윤성 의원은 천안함 사건이 인천에서 벌어져 다행이라는 식의 말실수로 표를 까먹었다. 오만과 방심이 화를 재촉한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살리기 대한 반대론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의 설명은 미흡했다. 선거를 앞두고 디지털 정당을 표방했지만, 정작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20, 30대 표심을 잡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겸허히 수용해야 할 민심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환골탈태도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에 고질적인 웰빙체질 타파를 위해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한나라당의 전면적인 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예들의 등장을 가로막는 낡은 정치행태를 불식하지 않으면 한나라당과 이 나라 정치에 희망이 없다. 둑이 터지는 데도 자기 논밭 챙기기에만 바쁜 족속들은 대폭 물갈이돼야 한다. 10년만에 재집권한 한나라당은 2년 3개월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국민들이 표출한 한나라당 피로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