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천안함 의혹 해소와 군사기밀 관리

[사설] 천안함 의혹 해소와 군사기밀 관리

Posted April. 07, 2010 05:37,   

ENGLISH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의혹 해소와 군의 군시기밀 보호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측면이 있다. 국민의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주자면 당시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야만 하고, 그러다 보면 민감한 군사기밀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될 수도 있다. 사건 생 직후부터 난무했던 루머나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되고 있지만 정부와 군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방부는 군사기밀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노출된 대북 첩보 기술 같은 군사기밀만으로도 국가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천암함 관련 의혹의 상당 부분은 침몰 시간이 발단이었다. 군은 침몰 시간을 여러 번 바꾼 끝에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으로 확정했다.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 교환이 오후 9시 16분경 갑자기 끊겼다는 일부 실종자 가족의 주장과 최초 사건 발생시간이 9시 15분으로 잘못 기재된 군 상황일지에 관한 MBC 보도는 의혹 증폭의 계기가 됐다. 일부 언론은 MBC 보도를 받아 의혹의 7분, 천안함에 무슨 일이 있었나 풀리지 않는 의문의 7분 같은 추측성 기사를 남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침몰 시간을 둘러싼 의혹은 군이 지난 5일 생존 승조원 4, 5명이 26일 오후 9시 15분부터 9시 20분 사이에 통화한 기록을 확인해 해소됐다. 암초에 의한 천안함 좌초설은 해양조사원이 현지에 암초가 없다고 밝혀 의미가 사라졌다. 피로() 파괴설은 지진파 발생 확인을 통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군이 생존 장병들을 오늘 공개 진술하기로 했지만 열흘 이상 실종자 가족이나 언론과 격리한 것도 부적절했다. 생존 장병들이 보다 일찍 침몰 당시의 목격담을 말했다면 불필요한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의혹 해소 과정에서 많은 군사기밀이 공개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해군 전력과 작전, 함정 구조와 재원은 물론 북한 군사동향 탐지 능력과 방법 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수집한 북한 잠수함기지 정보와 우리 해군 함정의 이동 항로까지 밝힌 것은 실수이다.

군은 국회의원이 군사기밀 사항을 공개하도록 요구해도 비공개나 대외비를 조건으로 설명하거나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비공개로 보고받은 정보사항을 그대로 언론에 낱낱이 공표한 것도 잘못이다. 심지어 2함대 사령부와 속초함 사이에 오간 교신을 내놓으라는 요구도 있으나 암호체계를 비롯한 군사작전 내용이 북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따른다. 의원들도 군사기밀 유지에 협조해야 하고, 언론도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군사기밀에 관한 보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