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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수님의 스트레스

Posted March. 08, 20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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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만대의 리쓰천 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일류 대학으로 도약하는 출발점과 해법을 교수에게서 찾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교수가 스트레스 받지 않은 대학에는 발전이 없다. 교수 간 치열한 경쟁이 대학 생존의 법칙이라고 말했다.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누구보다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우리 대학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 대학들은 대학원 경쟁력이 유난히 취약하다. 한국 정부는 연구 중심대학을 만든다며 1999년 BK21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먼저 대학원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대학원을 나온 박사를 교수로 모시는 국내 명문대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대학원 경쟁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24년 동안 평일에 연구실에서 자며 공부해 입실수도()를 회자시킨 권철신 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제자를 키우려면 교수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우리 교수들은 제자들을 유학 보내는 일을 우선시하고 있으니, 연구 중심대학이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조선과 반도체 등 몇몇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 분야를 배우기 위해 한국 대학을 찾아오는 외국 유학생은 드물다.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가 47위에 오르긴 했으나 한국의 대학원들은 뚜렷한 강점을 찾기 어렵다. 이렇게 가다간 세계 최고를 기록한 한국 기업에서 한국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 인력을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필요한 인재는 외국에서 끌어올 수도 있는 것이 기업이니, 기업이 발전했다고 해서 대학도 발전한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싱가포르국립대는 교수들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몰아넣어 더 타임스 평가에서 세계 30위에 올랐다. 대만국립대도 198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만큼 교수들의 연구열이 뜨겁다. 대학은 대학으로서 살아남아야 한다. 교수가 편안하면 대학이 망하고, 대학과 교수가 치열하면 나라가 발전한다. 교수사회에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나 그것만으론 흡족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제자를 만드는 일로 고민하는 교수가 많아져야 우리 대학이 더 도약할 수 있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