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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은 인수 좌절로 민영화 차질

Posted February. 03, 201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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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커 룰(Volcker Rule)로 불리는 미국의 금융규제 방안이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에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산은이 민영화를 앞두고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태국 현지은행 인수가 볼커 룰에 부닥쳐 좌초했고 내년 국내 증시 상장, 내후년 해외 증시 상장이라는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마찬가지로 해외 진출을 적극 노리던 다른 은행들은 산은의 인수 포기가 볼커 룰에 제동이 걸린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은 민영화 차질 불가피

산은은 1일 태국 내 자산규모 7위의 상업은행인 시암씨티은행(SCIB) 매각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1719일 태국을 직접 방문해 SCIB와 협의를 한 뒤 인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히는 등 공을 들여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은 측은 인수조건 중 일부 항목이 향후 경영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는 데다 볼커 룰 논의가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수조건은 그동안 산은이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를 포기한 직접적 원인은 볼커 룰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에 이어 이번 SCIB 인수전까지 연거푸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해외진출 구상이 상당 기간 보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해외 소매금융망을 확보해 몸값을 높인 뒤 증시에 상장하겠다던 산은금융그룹의 민영화 전략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국내외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당장 뭘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해외진출, 큰 타격은 없을 듯

산은의 사례가 확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다른 시중은행의 해외진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볼커 룰의 핵심은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 업무의 분리이고, 국내 은행권에서 이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은 곳은 투자은행 성격이 강한 산은 외에는 없다는 것. 세계적인 금융규제 움직임에 거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산은의 행보에 금융당국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미국 교포은행인 로스앤젤레스한미은행 인수, 신한은행은 신한아메리카법인 네트워크 확대,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뱅크하나 지점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기존 상업은행의 영업망을 넓히거나 다른 상업은행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투자은행을 규제하려는 볼커 룰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게 해당 은행들의 설명이다.

다만 산은이 해외 진출 전략을 당분간 포기하는 대신 국내로 눈을 돌릴 경우 볼커 룰은 국내 금융시장의 재편을 재촉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산은금융그룹이 은행을 통해 소매금융을 확대하려는 전략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대우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등을 앞세운 금융투자업, 금호생명을 내세운 보험업을 통해 수신기반을 확충하고 나설 경우 해당 분야의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장원재 cha@donga.com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