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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정상회담

Posted February. 02, 20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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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 것은 정상회담 분위기를 설명한 것이자 동시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공개 메시지이기도 하다.

남북 양측이 통일부와 통일전선부 실무라인 등 여러 갈래의 채널을 통해 서로의 분위기를 탐지해왔지만 무대의 막은 아직 오르지 않은 상태이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1일 전했다.

청와대는 남북관계의 본질적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내심 머리가 복잡한 듯하다. 우선 회담 장소가 문제다. 현실적으론 평양이나 개성, 금강산 등 북한지역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좋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정상회담 장소를 둘러싼 명분 싸움보다는 회담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실용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평양을 오래 비워둘 수 없는 내부 체제의 문제 등도 고려한 배려로 보인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이번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열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방북에 반발할 공산이 크다. 보수진영의 이런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북핵 문제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문제에서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만 한다는 부담을 청와대는 안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양측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사전에 만나는 데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한 발언도 북한에 대해 과거처럼 무슨 정상회담의 대가를 바라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나오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에 뭘 주고받고 하는 식의 자잘한 거래가 아니라 정상끼리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북핵 해법과 경제지원 문제를 통 크게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CNN 인터뷰에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 방안)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관건은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지,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선언만 받아놓고 경제지원을 해준다면 과거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7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통일부 K 국장과 통전부 원동연 부부장이 각각 현인택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개성 모 여관에서 비밀 접촉을 가졌을 때도 북한은 핵문제 진전 등의 표현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라인의 한 여권 인사는 핵 포기를 위한 북한의 실천 단계에 따라 쪼개서 지원을 해주는 역()살라미 전략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어찌됐든 장차 이 대통령이 방북을 하게 될 경우 정상회담의 성과물 가운데 가장 가시적인 것은 상징적으로나마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데리고 군사분계선을 넘을 지에 달려 있다는 관측도 많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전부장의 싱가포르 접촉 당시 남북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1명 정도의 송환이나 고향 방문에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어진 통-통 접촉에서 남측이 송환 또는 방문 인원을 10명 이상으로 크게 올리면서 회담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북측은 송환보다는 최소한 인원의 고향 방문 정도를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국군포로나 납북자 송환은 북측으로선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명을 보내더라도 정신교육을 다 시켜야 할 것 아닌가라며 송환 문제도 그리 간단치 않음을 토로했다.

결국 정상회담 성사 여부의 본질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콘텐츠에 달려 있다. 정상회담 추진에 임하는 남북의 셈법이 다른 상황에서 명분과 실리를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어떤 결실을 볼 것인가. 이제 공은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고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말하고 있다.



정용관 신석호 yongari@donga.com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