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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금지, 유예비용과 시행비용

[사설] 복수노조와 전임자 급여금지, 유예비용과 시행비용

Posted November. 30, 20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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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노동부장관이 내년부터 복수노조를 전면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공기업과 대기업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임 장관은 26일 제주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복수노조 설립은 기본권이므로 더는 유예할 수 없다며 최근의 노사 상생 분위기에선 복수노조가 허용돼도 강경투쟁을 하는 노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7년 노동조합법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명시하고 세 차례 시행을 연기해가며 노사가 전임자 수 감축에 노력하라는 의무를 부과했다. 그런데도 개별 노조 평균 전임자 수는 2002년 2.2명에서 3.6명으로 늘어난 것이 현실이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임 장관의 낙관대로 노사 상생 분위기가 이어질지, 민주노총 같은 강경 상급단체가 여러 기업에 새로운 강경 노조를 똬리 틀게 해 1987년 이후 20수년 만의 노조 질풍노도 시대가 재현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동일 사업장에 생겨난 여러 노조가 초기에는 선명성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겨우 넘기고 있는 우리 경제가 이런 노사 불안 상황에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조종사 정비직 등 직종별로 8개의 노조를 둔 일본항공(JAL)의 경우 2006년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임금삭감안이 1만 여명이 가입한 최대 노조의 동의를 받았지만 나머지 노조들이 반발해 지금까지 고비용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경영 위기에 빠져있다.

노조법은 또 노동부장관이 2009년 12월 31일까지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유예 13년째인 지금까지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타도운동을 벌이는 정치꾼귀족노조들의 개입을 걱정하면서도 일단 복수노조를 허용한 뒤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은 안이한 면이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임 장관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원칙은커녕 불법 폭력을 일삼는 강성노조가 버젓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복수노조는 기본권이라는 원칙과 경제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굳이 원칙을 따지자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이야말로 유예 없이 전면 시행돼야 한다.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제시하겠다는 창구 단일화 안으로 복수노조 시대의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노조활동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려면 법과 제도뿐 아니라 전반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 정부는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급여금지를 내년부터 시행하는데 따르는 국가적 코스트(비용)가 현재처럼 계속 유예하는데 따르는 코스트보다 적도록 할 책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