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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의 복수노조-전임자 임금문제공전 거듭

6자회의 복수노조-전임자 임금문제공전 거듭

Posted November. 20, 200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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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결렬 선언마이웨이(My way)총파업법 시행은 예정된 수순?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 6자회의가 11일 2차 회의를 가졌지만 평행선을 달리다 성과 없이 끝났다. 회의 때마다 종전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지자 노사정 6자회의가 합의 도출보다 노동계와 정부의 체면치레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노동계가 문제해결보다 각자 입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활용하고 있어 노사정회의가 항로를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전만 거듭하는 노사정회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제안한 6자회의는 내년 1월 법 시행을 앞두고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문제로 인한 갈등이 커지자 노사정이 마지막으로 모여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보자는 취지로 한시적 기구(525일)로 출범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대표급과 실무급 회의를 가졌지만 기존 입장만 되풀이할 뿐 한 치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앞으로 차관급(13일), 대표급(25일경) 회의가 남아 있지만 협상보다는 기존 입장 고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노동부는 기본적으로 교섭창구는 단일화하고 교섭권은 과반수 노조에 부여(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동계가 대안을 제시(제시하지 않을 경우 정부 구상을 토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두 사안 모두 노사자율에 맡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한 현행 노동조합법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 중이다.

6자회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출범 초기부터 제기됐다. 두 사안 모두 일부 보완책을 제외하면 절충을 이뤄낼 수 있는 지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섭창구 단일화와 노동계의 자율교섭 사이에 중간 지대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노동계가 스스로 대안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동계와 정부가 6자회의라는 고육책을 받아들인 것은 파국 상황에서 최대한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많다. 이를 반증하듯 노동부와 한국노총은 똑같이 25일 회의 종료를 전후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회의체를 탈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성격상 이 문제에 대해 양대 노총이 정부와 합의문에 서명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민주노총이 먼저 탈퇴하고, 한국노총은 조금 더 회의체를 운영한 뒤 결별선언을 하는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6자회의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총파업 vs 법 시행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유리한 상황이다.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 법을 시행하고 문제점은 나중에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복수노조 난립에 따른 사업체 혼란 문제를 제기하지만 개별 사업장에서 또 다른 노조가 생겨나려면 내년 1월 법 시행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정부가 노동계의 총파업 운운에도 강경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상황 논리가 깔려 있다.

노동계도 진작에 천명한 총파업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음 달 중순경으로 예정된 양대 노총의 총파업은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뿐만 아니라 공기업 선진화, 공무원노조 및 비정규직 문제 등 다양한 사안을 포괄하고 있다. 노동계의 한 핵심인사는 양대 노총으로서는 설사 복수노조 등의 문제가 절충점을 찾더라도 이를 이유로 나머지 문제를 덮고 가기도 어렵다며 그럴 바엔 차라리 합의가 안 되는 것이 투쟁동력을 높이는 데 더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총파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불합리한 노사문화 개혁에 또 하나의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의외의 상황은 노동계가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하면서 폭 넓은 의견수렴을 위해 국회 논의를 요구할 경우다. 상반기 노동부가 추진한 비정규직보호법 개정은 논의가 국회로 넘어가면서 정부가 배제되고 상당부분 노동계의 의지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노동부가 법 개정 없이 행정규칙으로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처리하려는 것도 정치 상황과 맞물릴 경우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4대강, 세종시 문제로 정신이 없는 한나라당이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제안할 경우 법 시행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