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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북미접촉에 걸린 시간 부시 20개월 오바마 10개월

첫 북미접촉에 걸린 시간 부시 20개월 오바마 10개월

Posted November. 12, 2009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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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연내 방북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첫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된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0개월 만이어서 너무 뜸을 들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20개월이나 걸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선 빨라졌다는 평가다.

이번 북-미 대화는 북한 핵문제가 핵심 의제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 때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라는 제한된 목적을 갖고 있는 동시에 북한의 919공동성명 이행 촉구 등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첫 접촉은 외형적으로는 북-미 관계 개선 문제 등에 관한 협의였다. 하지만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비밀리에 추진하던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을 추궁하는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미국 대표단의 방북 이전에 서해교전이 발생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6월 켈리 차관보를 평양으로 보내 양자대화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 행정부는 2차 서해교전(6월 30일)이 터지자 이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이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 계획을 북한에 알린 것이 서해교전 이전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이번에는 남북 간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표단의 방북을 최종 결정했다는 차이점도 있다. 한국 측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것도 이런 결정의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정리된 대북정책의 발표 여부도 차이점의 하나다. 부시 행정부는 약 1년 반 동안 대북정책을 검토한 뒤 대북관계 개선 구상인 볼드 어프로치(과감한 접근법)를 발표했다. 그러나 초기부터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겪은 오바마 행정부는 별도의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관계 개선보다는 핵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그랜드 바겐으로 접근하게 만든 셈이다.

한반도 정세도 차이가 있다. 유엔 안보리결의 1874호로 대북제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북한의 후원자인 중국도 제재에 동참하는 현재의 모습은 유례를 찾기 힘든 기류 변화로 평가된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