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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핑크 리본

Posted October. 09, 200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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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오코너 전 미국 대법관,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테이넘, 포드 대통령 부인 베티 포드,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철 카슨,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페기 플레밍, 영화배우 신시아 닉슨. 아무런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유방암을 앓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는 자유분방한 독신여성 사만다가 유방암에 걸리는 것으로 설정되는데, 실제론 변호사 미란다 역할을 맡았던 닉슨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한국인 암 발병률 1위는 위암이지만 여성만으로 볼 때는 유방암이 단연코 1위다. 2006년 조사에서 10만 명당 46.8명이 걸려 1990년대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진 것은 지방 섭취 등 서구식 생활습관, 비만, 모유수유 감소,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발병률이 높다. 심하면 가슴과 생명을 앗아가는 유방암은 젊은 여성들에게 사형선고만큼이나 두려운 병이다.

다른 암도 그렇지만 유방암은 특히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놓치기 쉽지만 조기에만 발견하면 유방 형태도 보전하면서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초음파 검사나 X선 촬영으로도 발견하지만 손으로 만지는 촉진()이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외모에 관심이 높은 데 비해 자기 몸을 살피고 들여다보는 데는 소홀하다. 외국에선 남편이나 애인이 주로 발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아주머니가 가장 많이 찾아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0월 유방암의 달을 맞아 전국에서 유방암 예방과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핑크리본 캠페인(Pink Ribbon Campaign)이 열리고 있다. 핑크 리본은 1914년 미국 뉴욕에서 한 여성이 가슴을 조이는 코르셋 대신 핑크 실크 손수건 두 장과 리본으로 가슴을 가리고 등장한 사건에서 유래됐다. 여성에게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이다.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건강하고 아름다운 가슴을 지키려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남편들의 관심도 조기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