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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묵묵부답 금강산 총격처럼 어물쩍?

Posted September. 08, 200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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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임진강 무단 방류로 실종된 6명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북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북측이 사고 발생 이틀째인 7일에도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 내 주무 부처들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함구에 대북 비난 커져

북한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남측의 설명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지난해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과 마찬가지로 진상규명이 아예 어려울 수 있다. 당시 북한은 사건 다음 날 내각 산하 명승지개발지도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냈지만 아직까지 남측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2002년 6월 29일 제2차 서해교전을 일으킨 뒤 한 달이 가까운 7월 26일에야 유감을 표명한 적도 있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 정치권도 대북 비난에 가세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남한의 야영객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댐의 물을 방류했다면 이는 참으로 비인도적 도발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사전 예고도 없는 댐 개방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이 합의를 통해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무 부처의 미온적인 대응도 문제

정부는 선 진상규명, 후 사과요구라는 원칙을 내세우며 다소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과 원인이 규명된 뒤 사과 요구를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북한 당국의 의도적인 수공()이건, 실무자나 시설의 문제이건 북측이 가해자임이 명백한 이상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데 대해 사과를 요구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의 초동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6일 오전 5시 임진강에서 첫 희생자가 발생하고 14시간 뒤인 오후 7시에야 A4용지 한 장의 형식적인 자료를 냈다. 통일부는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이라며 자체 판단이 아님을 강조한 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북한 지역으로부터의 예측치 못한 수량 유입 증대라고 표현해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의도적 수공? 권력 내부 이상?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의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원태제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까지 수공으로 볼 만한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강댐 인근 북한군 부대의 통신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북한의 의도적 도발로 판단할 만한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이 사고 원인과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북한 권력 내 정책결정 과정의 이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국자들은 지난해 말 이후 북한 내부에 권력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운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과정에 내부 소통에 문제가 생겨 김 위원장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돌출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북-미 및 남북 관계를 동시에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대남 수공을 감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김정운 추종자 등 일부 세력이 사건을 계획적으로 실행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까지 예상하지는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박민혁 kyle@donga.com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