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오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실체를 7년 만에 인정했다. 북한이 기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까지 공개함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과의 협상용이 아닌 실제 보유용임이 분명해졌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더욱 강경한 대외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13일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비난하면서 이른바 3대 대응조치를 내놓았다. 성명은 특히 (우리는) 우라늄농축 작업에 착수한다.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UEP는 제2차 북핵 위기의 시발이었다. 2002년 10월 4일 당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를 사실상 시인하면서 (우리는) 그보다 더한 무기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이 1994년 북-미 간 제네바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와 제재에 나섰다.
북한은 이후 자신들의 UEP 의혹을 철저하게 부인하면서 미국 및 국제사회와 숨바꼭질을 벌였다. 북한의 완강한 부인에 따라 2005년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한다는 포괄적인 합의에 만족해야 했다. 북한은 2008년 북핵 검증 문제가 제기되자 미국과의 비공개 양해각서를 통해 UEP 보유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다는 형식으로 사실상 간접 시인했다.
북한이 13일 완전한 커밍아웃을 하고 나온 것은 이미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밝힌 이상 더는 감추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한다. 현재 폐연료봉은 총량의 3분의 1 이상이 재처리됐다며 핵 재처리 작업 사실도 공개했다. 또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봉쇄를 시도하는 경우 전쟁행위로 간주하겠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주변국들이 선박검색 등 제재 조치에 나설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