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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세계경제 터널 끝 와 있다

Posted May. 28, 200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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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 경제를 뒤덮었던 공포의 그림자가 이제 걷히고 있는 걸까. 소비자심리지수 호전, 재고량 감소 등 세계 각국의 경제지표가 하나둘씩 좋아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바라봤던 대표적인 비관론자들마저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와 낙관론이 실제 회복세로 증명되려면 더 많은 진통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히 많다.

대표적인 비관론자 4인의 전향

세계 경제가 터널 끝에 와 있다. 글로벌 경제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이 붙은 미국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7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미국 경제가 올 연말이면 하락세를 멈출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루비니 교수는 비록 아직 어려운 상황이지만 각국 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아시아 경제도 재정적자가 적은 데다 주택, 금융기관의 부채가 낮아 회복세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경기회복 뒤에는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기가 호황을 구가하던 2006년부터 미국 경제가 주택가격 버블과 모기지 시장의 악화, 소비심리의 악화로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런 예상이 그대로 적중하면서 그는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또 한 명의 비관론자인 미국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도 최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경제 세미나에서 세계 경제가 완전한 파국을 피했다. 두 달 안에 성장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그는 그동안 세계 경제가 1990년대 일본이 겪은 것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해왔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또 한 명의 닥터 둠으로 유명한 월가 투자전략가 출신인 마크 파버 씨도 최근 이제는 부동산을 매입하고,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침체는 끝나가지만 회복은 더딜 것

대표적인 비관론자들이 전향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 경영학과 민상기 교수는 비관론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미국의 금융기관이 오래 버티고 있는 데다 금융기관의 주가도 계속 오르면서 막연한 공포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나 생산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지표가 크게 개선된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향후 경기전망을 묻는 설문에 대한 답변은 크게 희망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설사 미국의 경기 하락세가 멈추더라도 미국의 높은 실업률이 소비를 가로막아 침체속도가 완화될 수는 있어도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으로 돌아가는 수준의 본격적인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폐전쟁의 저자인 쑹훙빙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은 이날 포럼에서 미국은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는 데다 최대 소비층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올해를 정점으로 줄어들어 일본식의 장기불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