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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과로 내성 갖춘 금융시장

Posted May. 26, 2009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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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25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지난 주말보다 88.54포인트(6.31%) 폭락한 1,315.21까지 밀렸다. 그러나 오후 들어 투자자들이 평정을 되찾고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결국 2.85포인트(0.2%) 내린 1,400.90에 마감해 1,400 선을 지켜냈다.

원-달러 환율도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1269.40원까지 급등(원화가치 하락)했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지난 주말보다 1.60원 오른 12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25일 국내 금융시장은 북한발() 악재에 강한 내성()을 갖추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수위와 북한의 추가 움직임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성급한 낙관은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 당국자로 구성된 비상대책팀을 구성해 북한 핵실험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시장 학습효과로 선방

핵실험 소식으로 요동치던 금융시장을 빠르게 복원시킨 힘은 학습효과에서 나왔다. 북한 관련 돌발악재가 주가 등에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경험을 통해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10월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 급락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달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도 다음 날인 6일 코스피는 오히려 1.10% 올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최근 한국의 금융시장은 경제와 무관한 정치적 사건이나 북한 이벤트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외환시장 수급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북핵 관련 이슈가 예전처럼 환율을 폭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피치는 이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따른 안보 리스크는 한국의 신용등급에 이미 반영됐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한국의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관련은 없다고 밝혀 핵실험으로 인한 등급 조정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추가 움직임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북한 핵실험의 파장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국내 증시는 최근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사회불안 우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위기, 영국발() 경제위기 가능성 등 각종 악재가 누적된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이번 핵실험이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의 자극제로 작용할 경우 시간이 갈수록 남북 간 대결 국면이 심화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 해외 금융시장, 수출시장, 원자재 확보, 생필품 가격 등 5대 부문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이 모처럼 안정세를 찾아가는 금융시장을 흔드는 요인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6일 허경욱 재정부 1차관 주재로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가 모여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차지완 유재동 cha@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