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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이비리그 총장

Posted March. 04, 200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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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은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미국 고등교육지(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는 700명이 넘는 대학총장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첫째 리더십, 둘째 인간관계 능력, 셋째 해당 대학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이해로 압축했다. 출중한 학문적 업적이나 뛰어난 인품은 핵심 자질에 꼽히지 않았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훌륭한 학자보다는 젊은 행정가, 모금과 경영에 유능한 경영인이 대학총장으로 선호되는 추세다.

그렇긴 해도 학식과 덕망, 권위의 상징이 될만한 인물이면 금상첨화다.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명문대)일수록 그런 기대가 더 높다. 하버드대에선 닐 루덴스타인 전 총장이 기금을 엄청나게 불렸지만 국가적 중대사에 무관심하다는 이유로 비판받았고, 로렌스 서머스 전 총장은 여학생 차별적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하버드대는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007년 서머스 총장의 후임에 여성 역사학자 드류 길핀 파우스트 교수를 선임했다.

아이비리그 대학의 하나인 다트머스대(Dartmouth College) 총장에 한국계인 짐 용 김(47한국명 김용)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선출됐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등 8개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서 여성이 총장인 대학은 4개나 되지만 아시아계 총장은 그가 처음이다. 한국인 이민 2세인 그는 뛰어난 실력과 세계보건기구(WHO) 및 남미에서 사회의료 활동을 통해 보여준 봉사정신 등으로 미국 주류사회의 두터운 진입장벽을 또 한번 넘어선 것이다.

다트머스대는 아이비리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고 아시아계 학생비율도 13%에 불과하지만 종합대학(university)이 아닌 칼리지(college)란 명칭을 고집할 정도로 학부 중심이며 교양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이 대학 출신이다. 타임지는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그를 선정하면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때 그는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퇴계()철학을 공부했던 어머니가 항상 사회정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회고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