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이명박과 박근혜

Posted November. 25, 2008 00:38,   

ENGLISH

요즘 정부와 한나라당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체증에 걸린 듯 답답한 느낌이다. 국민에게 다짐한 개혁과제를 끌어안고만 있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정기국회 80여 일 동안 통과시킨 법률안은 5건에 불과하다. 내년 예산안을 비롯해 2000건에 가까운 법안이 대기하고 있지만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다. 경제위기 대처에도 신뢰가 안 간다. 당정() 간에 손발도 안 맞지만 여당은 생각이 딴 데 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기저에는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 특히 이명박-박근혜계 간의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고 우리는 본다. 양측이 물과 기름처럼 겉돈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같이 밥도 잘 먹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권영세 의원은 (한나라당이) 100명 내외만 움직이는 정당 같다고 했다. 여당은 여당인데 집권 여당은 아니다는 자조의 말도 나온다. 단순히 친이(), 친박()이 아니라 요즘은 이들의 당내 정치적 거취와 관련해 월박(), 복박(), 주이야박() 같은 신조어까지 난무하고 있다.

여권이 이렇게 된 데에는 누구보다 이 대통령의 책임이 무겁다. 통합과 소통을 말하면서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친박 계를 소홀히 대하는 등 정작 내부의 통합과 소통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친박 인사들에게 변변한 당직이나 공직을 주지도 않았고, 심지어 지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 19명이 재입당한 뒤 대통령은커녕 당 지도부와 여태 식사 한 끼 한 적도 없다고 한다.

박 전 대표 쪽도 문제가 없지 않다. 국정에 협조하지 않는 차원을 넘어 이젠 노골적으로 발목잡기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광우병 파동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더니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에서는 야당 이상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나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미국 오바마 차기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 친박 계 인사들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여 명실 공히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당내 경쟁세력 하나 화끈하게 끌어안지 못하는 속 좁은 정치로는 어떻게 대() 국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박 전 대표도 계속 뒷전에만 머물며 변죽을 울릴 것이 아니라 이제 정권의 성공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위치로 나와야 한다. 공직을 맡고 안 맡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