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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G20 위기대응이 급한가, 국회 출석이 급한가

[사설] G20 위기대응이 급한가, 국회 출석이 급한가

Posted November. 10, 20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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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브라질에서 열린 G20(세계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고 신제윤 차관보를 대신 보냈다. 이 회의는 15일 워싱턴에서 있을 G20 금융정상()회의를 뒷받침하는 회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국제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강 장관은 주어진 기회와 책무를 스스로 버렸다.

국회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인 평균 -0.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선진 7개국(G7)의 힘만으론 글로벌 위기 해소가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 타개를 위한 동참과 공조의 범위를 G20까지 확대한 것은 그래서다. 우리 정부도 확대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런데도 정작 처음 머리를 맞대는 자리에 장관 대신 차관보가 간 것이다. 미국 일본 재무장관도 참석하지 않았고, 13일 미국에서 한 차례 더 회의가 있다고 하지만 세계가 우리의 위기극복 의지를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이다. 참석자의 직급도 문제지만 우리 정부의 의지가 더 문제다.

강 장관 불참의 이유부터 한심하다. 지난주 야당이 강 장관의 국회 출석을 고집하자 한나라당도 동조해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여야가 강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 진상조사에 합의하면서 G20 회의 참석은 엄두도 못 낼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국민은 별 관심도 갖지 않는 정쟁()이나 하려고 장관의 해외출장을 막은 꼴이다. 더구나 국운이 걸리다시피 한 초미()의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 아닌가. 강 장관을 추궁할 일이 있다면 회의에 다녀온 뒤 따져도 하등 잘못될 것이 없다.

강 장관도 무책임하다.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비겁하게 도망가려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나오자 발끈해 G20 회의 불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위중한 시기에 그런 말을 한 한나라당 사람들의 상황인식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정부 경제사령탑이 그만한 말 한마디에 국익이 걸린 국제회의에 불참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정부도, 여야 정당도 참으로 제멋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