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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9월 위기설

Posted September. 02, 200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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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4% 폭락했고, 우리 돈 가치도 더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10원을 넘었다. 글로벌 경기둔화 등 기존 악재에다 몇 재벌그룹의 자금 압박설 등 새 악재가 겹친 탓이라는 풀이다. 하필 그동안 떠돌던 9월 금융위기설()의 바로 그 첫날 시장이 이랬으니 많은 투자자가 놀랄 만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9월에 만기가 되는 채권에 투자한 67억 달러를 모두 찾아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위기설의 핵심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로 외국인은 대부분 만기연장이 필요 없는 채권에 투자하고 있으며 6, 7월에 채권을 대량 매도했던 외국 투자은행(IB)들도 8월엔 다시 사들였다.

문제는 남아 있다. 첫째는 위기설을 증폭시킨 주변 상황과 경제지표다. 저()성장과 고()물가가 아예 짝을 이뤘고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불어났으며 대외채무도 급증했다. 투자도, 일자리도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둘째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정부는 고물가나 투자 부진 등을 국제유가 폭등 또는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외생()변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조정능력을 의심한다. 이 정부는 지난 반년 동안 시장의 실패보다는 정부의 실패를 걱정하게끔 했다.

경제는 심리다. 위기설은 진짜 위기로 번지기 쉽다. 그런데도 경제위기라는 말을 이명박 대통령이 즐겨 쓴다. 취임 초인 3월엔 경제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고, 7월 국제유가 폭등에 대해선 제3차 오일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고 했다. 8월엔 우리 경제는 에너지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진정 위기감을 느꼈다면 정부는 이렇게 대처할 테니 국민은 이러저러하게 해주시오라며 구체적 해법을 제시할 일인데도 그런 건 없었다. 야당이 국민 협박하는 양치기소년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있는 위기를 못 느껴도 큰일이지만 해답 없이 위기만 강조해서는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나 부동산거래 등 크고 작은 경제생활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더 큰 부작용은 국민이 저투자나 노동력 공급 부족 같은 진짜 중장기 위기 요인에 둔감해진다는 점이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