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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품위유지비

Posted June. 12, 200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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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라는 말은 금이나 은, 다이아몬드 등 보석류의 순도()나 무게를 나타낼 때 흔히 쓴다. 보석류를 사고 팔 때는 금 18K 다이아 몇 캐럿처럼 등급을 표시하는 품위증명서가 대개 첨부된다. 주화()를 만들 때도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이나 도안을 통해 액면가에 상응한 품위를 나타내려고 한다. 언제부턴지 이 말이 사람의 품격이나 인품 정도를 말할 때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면적 가치보다 겉모습으로 사람의 품위를 재려는 경향이 문제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품위를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좋던 인간관계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날이 되면 세배 돈의 액수에 따라 품위가 평

가되고, 각종 경조사 때는 부주 액수가 품위를 결정짓기도 한다. 입는 옷, 먹는 음식, 타는 차량의 가격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장소도 많다. 그러니 자신의 재정능력을 고려하기 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체면치레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예사다.

인터넷 매체가 직장인 1100여명을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73%가 품위유지비 지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71.5%가 그 이유를 자기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품위

유지비로 얼마를 쓰든 자기 돈으로 쓴다면야 탓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함부로 빼내 쓰는 국회가 문제다. 자신들의 세비()만은 매년 꼬박꼬박 올리는 상습 세

금도둑 국회가 이번엔 전직 국회의장들에게 퇴임 후 6년간 월 450만원 상당의 품위유지비를 지급하려 해 말썽이다.

이것 말고도 전직 국회의원 친목모임인 헌정회()의 65세 이상 회원은 월 100만원씩의 품위유지비를 받는다. 올해 헌정회 예산은 무려 105억원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중에 몸담게 될 헌정회에 마구 선심을 베푼다면 자기 배를 불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입법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은 민주헌정발전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그 동안 어떤 기여를 해왔는지 모르겠다. 선량()다운 내면의 품위가 아쉽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