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그제 공개한 미얀마 위성사진은 충격적이다. 사이클론(태풍) 나르기스가 지나가기 전인 4월 말 사진에는 분명히 보이던 짙푸른 육지와 파란 강물이 나르기스가 강타한 뒤에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6만3000명이 사망 또는 실종했다고 집계했지만 미얀마 주재 미국 대리대사 샤리 빌라로사 씨는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웃돌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20만 명이 사망한 동남아 쓰나미 이후 최대의 피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독재정치로 악명이 높은 미얀마 군부집단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재난구호팀에까지 선별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바람에 국제적십자 등 국제기구 구호요원 상당수가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구호활동을 위해 파견된 미국 해군함대도 입항허가를 얻지 못해 태국 해역에서 대기 중이다. 미얀마 정권이 구호요원과 물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독재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 체제에 영향을 미칠까봐 두려워서다.
미얀마 군정은 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야만적인 정권으로 꼽힌다. 1988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세력은 국명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꾸고 20년이 넘게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철권통치를 해오고 있다. 미얀마 군정이 벌인 갖가지 해괴한 일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수도 이전을 꼽을 수 있다. 군정은 2006년 정부기관 전체를 수도였던 양곤에서 북쪽으로 320km 떨어진 정글 속의 피인마나로 옮겼다. 수도 이전은 공무원들의 가족동반 이주가 금지될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됐다.
미얀마 군정이 수도를 정글로 옮긴 이유는 서방세계, 특히 미국이 공격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래서 미국의 구호함대 파견도 달갑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언제 총구를 자신들에게 돌릴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자신들이 저질러온 악행의 반작용일 것이다. 정통성 없는 정권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언제까지나 가능할까. 끔찍한 재앙을 입고도 사악한 정부 때문에 긴급 구호품조차 받지 못하는 미얀마 국민이 딱하기만 하다. 북한 주민들의 처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