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공시족=지난해까지 매년 지원자가 꾸준히 늘어 신이 내린 직업이란 찬사를 들었던 공무원에 대한 선호 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행정고시 및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인 A학원과 B학원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수강생이 20% 정도 줄었다.
대형 공무원 시험 준비학원인 부산 C학원과 대전 D학원 역시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50%와 10% 정도씩 각각 줄었다.
3,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한양대의 7급 공무원 준비반은 이번 학기 지원자가 크게 줄어 폐지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접수를 마감한 9급 공무원 시험은 지난해에 비해 선발 인원이 469명 늘었지만 응시자는 오히려 2만1788명이나 줄었다.
행정고시 준비생들이 많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학원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E학원 관계자는 신림동 학원가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행정고시 입문자가 30% 정도 감소했다며 1차 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준비하기가 어려운 데다 최근 정부의 공직사회 구조조정 방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머슴 될까 두렵다=공무원 선호 열풍이 식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무원 머슴론을 주장하는 등 정부가 공무원 조직에 대한 강한 개혁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 전문업체 커리어가 1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2%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움직임 때문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밝혔다.
취업 전문업체 인크루트의 안완교 씨는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안정성에 불안감을 느낀다며 높은 영어점수와 자격증을 갖춘 준비생일수록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년째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성균관대 4학년 조모(25여) 씨는 요즘 행시 준비생들 사이에선 어렵게 행시에 합격해서 머슴 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부문에 우수 인재 몰려야=전문가들은 공시족 감소를 나라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종성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무원에 대한 메리트가 적어져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일수록 민간부문을 선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