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제주도가 거품 빼기에 나섰다. 자체 조사결과 생선회 값은 서울 부산에 비해 2157% 비싸고 주말 4인1조 골프요금은 중국 태국 필리핀의 2.33.2배다. 숙박시설과 관광지 입장료를 비롯해 웬만한 요금이 모두 비싸다. 골프 치러 제주도 가느니 중국이나 동남아로 간다는 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제주도는 작년 내외국인 관광객이 543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2.2% 느는데 그쳤다. 총 관광수입은 20% 증가했지만 관광업소의 과잉공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바가지가 심해졌다. 주로 요금 올리기로 수지를 맞추려 하니 비싼 제주 오명이 따라붙는다.
관광 물가는 제주만 비싼 것이 아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했더니 한국 관광은 가격은 비싼데(57.9%) 서비스는 보통(57.2%)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세계 100대 도시 가운데 서울의 하루 식비는 202달러로 비싸기가 세계 부호들의 휴양지 몬테카를로 다음인 세계 두 번째다. 호텔 밥값, 골프 그린피가 일본과 역전된지 오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7000원꼴인 와인이 한국에선 3만원이다. 서울의 휘발유 값은 런던 파리와 함께 세계 최고이고 고급커피 값은 신흥공업국 중 최고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물가는 턱없이 비싼데 볼거리는 시원찮으니 한국관광이 손님을 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관광상품 개발 노력도 미흡하다. 한류() 관광이나 고급 병원 수요를 끌어들이는 의료() 관광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작년 유학 연수비용을 포함한 여행수지 적자가 150억9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 흑자 151억 달러를 다 까먹은 셈이다. 2000년 출국자수가 입국자수를 상회한 이후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관광산업은 외화 가득률이나 일자리 창출에서 상품 수출보다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규제만 많고 지원은 부족해 굴뚝 없는 수출산업이 맥을 못 춘다. 관광 산업에 부과되는 과도한 세금과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 또 유통구조 개선, 외국인고용 허용 등 포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