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전 BBK 대표의 기획 입국 의혹이 대선 막판 정치쟁점으로 부상했다. 검찰의 BBK 사건 수사 결과 발표로 김 씨의 거짓말과 이면계약서 위조 사실 등이 낱낱이 드러나자 김 씨가 귀국을 강행한 이유와 배경을 놓고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 수사로 진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명예훼손 등의 범죄 혐의가 추가될 수밖에 없는데도 김 씨가 스스로 한국행을 택한 것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입국을 유도한 배후세력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연루 의혹이 모두 무혐의로 드러나자 범여권을 겨냥해 공작정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김경준 기획 입국의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작정치 흑색선전이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 공작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출되도록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김경준 씨를 이용한 배후와 검은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씨의 귀국, 김 씨 누나인 에리카 김의 언론인터뷰, 김 씨 어머니의 귀국 등이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경준이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돌연 국내 송환을 스스로 원하고 나선 데에는 대통합민주신당 측과 모종의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동영 후보의 최측근 의원이 지난 여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가서 김경준과 접촉했다는 것은 이미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도 김경준 씨와 그의 가족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서 귀국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공작적 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있고 또 거기에 관한 이런 저런 정보와 일부 증거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관계자가 9월 미국에 머물면서 김 씨의 부친과 접촉해 김경준 씨가 귀국할 경우 사면 복권 등을 해주겠다고 제의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
검찰은 김 씨 수사과정에서 입국 경위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정치적 논란 등을 우려해 이를 조서에는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BBK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의 진실 은폐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지금부터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을 시작하겠다. 거대한 음모가 무엇인지 곧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의 최재천 대변인도 한나라당의 기획송환 의혹 제기에 대해 공작정치의 후예다운 공작적 발상이다. 상상력을 동원하지 말고 실체를 이야기해 달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