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추락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휘둘렀던 권력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아래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청와대로 옮긴 뒤는 물론 기획예산처 고위간부 시절부터 신 씨를 도와 줬고 이 과정에서 예산 배분의 왜곡이 있었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변 전 실장은 노무현 정권의 핵심 경제 실세()로 꼽힌다.
현 정부에서 신설된 대통령정책실장(장관급)은 아래에 경제정책수석, 사회정책수석, 혁신관리수석비서관, 경제보좌관 등을 두고 경제 및 사회분야를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다. 특히 변 전 실장은 정책실장으로 오기 직전 국가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더욱 파워가 강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현 정권에서 눈에 띄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김대중 정부 말기 예산처 기획관리실장으로 있다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예산처 차관으로 승진했고 2005년 1월에는 바로 장관으로 올라간 뒤 지난해 7월 정책실장으로 옮겨갔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당국자는 변 전 실장처럼 내부 요직을 모두 거친 뒤 임명된 장관은 조직과 사람을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외부에서 온 장관과 비교할 때 부처 안에서 무게와 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 불리는 경제부총리도 예산처 장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고 특히 변 전 실장이 예산처 장관일 때는 이런 경향이 더 심했다는 말이 많다. 변 전 실장이 예산처 장관 시절 정부부처의 그림을 바꾸는 과정에서 가짜 박사 신 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그의 특수한 위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변 전 실장은 현 정부에서 예산처의 위상이 크게 높아진 데도 역할이 컸다. 국가의 장기전략 보고서인 비전 2030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가 아니라 예산처에서 만들어진 것, 최근 몇 년간 예산처 조직 및 인원이 대폭 확대된 것, 예산처 출신 공무원들이 각종 인사 때마다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는 정책실장으로 옮긴 뒤 다른 경제관련 부처 및 공기업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인사 때마다 예산처 출신 관료와 함께 그의 동문인 부산고 및 고려대 출신 인사가 대거 기용된 것이 눈길을 끈다. 관가()에서는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이 큰 위치에 있었고 노 대통령의 신임도 컸기 때문에 인사과정에서 적잖은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정책실장 및 예산처 장관 시절 현 정권의 경제노선에 이의를 제기하는 듯한 발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비판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7월 말에는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하자 즉각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이라고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