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날씨에도 2만2138명이 찾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홈 팀인 수원 삼성이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5연승 사냥에 나섰고 전반 초반 선제골을 넣으며 관중석의 열기는 하늘을 찌를 듯 뜨거웠다. 하지만 후반 3분 전남 수비수 강민수가 수원 공격의 핵인 이관우를 거친 태클로 쓰러뜨리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관우는 교체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강민수는 퇴장당했다.
전남이 수적 열세에 놓이면서 경기의 긴장감은 확연히 떨어졌고 보는 재미도 반감됐다.
국내 프로축구에선 이처럼 파울 때문에 경기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128경기가 치러진 28일 현재 프로 14개 구단은 총 4895개의 파울을 범했다. 경기당 38.2개꼴.
전문가들은 프리미어리그로 대표되는 선진 리그에 비해 파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경기 지연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신체 접촉이 격렬한 축구의 특성상 파울은 불가피하지만 불필요한 파울은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해결은 쉽지 않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감독은 시즌 전 동계훈련 때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파울을 하지 말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위험 지역에서의 파울은 실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데다 경기의 재미도 떨어뜨린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다.
그 효과 때문인지 제주는 올 시즌 14개 구단 중 가장 적은 경기당 평균 15.2개의 파울을 범했다. 하지만 팀은 11위로 하위권. 정 감독은 파울을 많이 하는 팀 선수들이 승부에 더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프로축구의 파울 문제는 좀 더 근본적으로는 선수들의 개인기 부재와 수비 지향적 플레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 FC의 박항서 감독은 상대 선수를 제치거나 또는 막을 능력이 없으니까 반칙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감독들이 말로는 공격 축구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이기기 위해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따라서 파울도 많은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