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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범여권 후보 검증할 시간 있긴 있나

안개속 범여권 후보 검증할 시간 있긴 있나

Posted July. 21, 200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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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서혜석 윤호중 대변인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하드보드에 3개의 큼직한 게시판을 붙여 놓고 브리핑을 했다. 대형 정책을 발표할 때나 사용하는 기법은 물론 두 명의 대변인이 동시에 마이크를 잡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보나마나 청문회, 하나마나 고해성사란 제목의 하드보드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장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곤룡포를 입은 채 거만하게 웃는 표정 등 아슬아슬한 패러디 그림이 자리했다.

이를 지켜본 일부 여권 관계자는 집권 여당이 아니라 정치평론당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본격적인 경선 체제에 들어간 한나라당과는 달리 범여권은 예비후보 검증작업은 고사하고 이른바 제3지대 신당 틀 짜기에도 힘겨운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과 통합민주당 대통합파,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 선진평화연대, 시민사회단체 측 미래창조연대 등은 20일 4자 회동을 가지려 했으나 무산됐다. 창당준비위원장 선임 등 안건을 놓고 미래연대 측이 여권의 계파별 나눠 먹기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 대통합파도 내부 혼선을 빚고 있다. 당초 김효석 의원 등과 함께 23일경 탈당할 것을 시사했던 박준영 전남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4명은 이날 박상천 대표를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며 사실상 탈당 시기를 늦췄다.

또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는 정도() 대통합이 아니면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 다음 달 5일 창당할 예정인 신당은 자칫 통합민주당 의원 3, 4명만 당적을 옮기는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가능성도 생겨났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범여권 후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측의 국민경선은 9월 15일부터 한 달간 전국을 순회하며 치러질 예정이지만 경선 기간 중 기본적인 정책조차 마련하지 못한 6, 7명의 후보들이 서로를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한나라당에서 보여 준 최소한의 검증절차마저 이행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범여권에서는 막판 단일화론이 다시 한 번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대선 한 달여를 남겨 두고 제3지대 신당과 통합민주당 출신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켜 극적인 지지율 반전을 이룬다는 시나리오다.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도 단일화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정서가 고스란히 열린우리당 및 탈당파에 투영돼 현재 여당으로는 선거에서 안 되겠다는 애초의 통합 취지는 사장()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인직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