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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종특별자치시

Posted May. 23, 200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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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권 지폐에는 세종대왕의 초상이 들어 있다. 지폐에 초상이 그려진 임금은 세종대왕이 유일하다. 이상적인 유교정치의 구현을 꿈꾼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하고 한글을 창제했으며 실록 보관을 위해 4대 사고()를 설치한 명군()이었다. 장영실을 등용해 측우기 해시계 물시계 등을 만들게 하기도 했다. 측우기는 세계 최초의 발명품으로 당시 조선의 찬란했던 과학 기술 수준을 보여 준다.

세종대왕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다 보니 세종이란 호칭도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대학교, 법무법인, 호텔, 해군함정, 기업체, 사설학원 등 어디에나 세종이 이름으로 쓰인다. 서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남쪽으로 시원스레 뚫린 길이 500m, 폭 100m의 도로도 세종로다.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상징하는 중심 도로다. 도로 우측의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개관 이후 한국의 문화 예술 중심 무대다. 멀리 떨어진 남극기지의 이름도 세종기지다.

세종이라는 이름 때문에 논란이 빚어진 일도 없지 않다. 한때 5공 비리의 대표적 산물로 꼽혔던 일해재단은 세종연구소의 전신이다. 일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로 대통령 퇴임 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도구라는 의혹을 샀다. 재단 기금과 자산의 출연 과정에 강제성이 확인되기도 했다. 5공 청산 과정에서 일해재단의 재산은 대부분 국고에 귀속되고 연구 기능만 세종연구소가 물려받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의 이름이 세종특별자치시로 결정돼 입법 예고됐다. 수도 분할의 이론적 근거인 국토균형 개발 전략에 대한 반론이 여전하고, 충남북과 청원군 등이 지역 발전에 실질적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수도 이전 계획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자 수도 기능의 일부만을 이전하기로 한 게 행복도시다. 북방을 개척해 4군 6진을 설치한 임금이 세종이다. 남방으로 수도 기능을 옮기면서 세종이란 이름을 붙인다면 세종대왕이 혹 불쾌해할지도 모르겠다.

허 승 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