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범여권의 구애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통합신당모임의 김한길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일 정 전 총장을 만나 정치 참여 선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정 전 총장에게) 새로운 정치질서의 재편 과정에 큰 역할을 맡아 주셔야 한다. 대통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면서 정 전 총장은 깊이 고민하고 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 등 탈당파와 열린우리당 및 민주당 일부 의원 등이 물밑에서 정 전 총장 영입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전 총장에게 정치 참여를 촉구하며 사실상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김 의원은 이어 정 전 총장은 통합신당모임 의원들이 집권 여당을 뛰쳐나온 용기와 결단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며 정 전 총장은 특히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도자감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통합신당모임 측은 김 의원과의 만남 이전에 이미 정 전 총장에게 같이 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통합신당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의 측근은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만나기로 했는데 6일 MBC의 사실상 대선출마 결정 보도 이후 정 전 총장의 마음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에게 우선 부정적인 뜻을 밝혔고, 다만 며칠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과 가까운 민주당 김종인 의원 및 민생정치모임 이계안,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 등 이른바 정 전 총장 영입모임은 정 전 총장이 5월 이후 여권의 통합신당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무렵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종인 의원은 3월 중 중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보도한 MBC 기자에게 6일 정 전 총장을 죽이려고 하느냐며 항의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도 일단 6월 이전에는 정치 참여를 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그는 7일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학기 첫 수업(경제학연습)에서 다음 학기는 못 올 수 있지만 이번 학기까지는 꼭 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전 총장이 사실상 정치 참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범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속도에 따라 정 전 총장의 마음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