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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은 독이다

Posted February. 10, 2007 03:00,   

외무고시 출신들의 성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던 외교통상부의 순혈()주의가 깨지고 있다. 외교관들의 임무와 채용 경로가 시대 변화에 따라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또 해외에서 국민과 탈북자 보호에 관한 영사 업무를 소홀히 하는 등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외교부의 개혁을 촉진하고 있다.

본보가 외교관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들의 채용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인사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 현재 914등급(타 부처 13급 이상) 고위직 외교관 370명 가운데 외시 출신은 290명으로 전체의 78.4%에 달했다.

반면 외시 출신이 아닌 외국어 능통자나 지역 전문가, 변호사, 회계사 등 특채 출신은 29명(7.8%)에 불과했다. 또 정계와 재계, 학계 인사 중 대통령이 임명한 해외 공관의 대사가 21명(5.7%), 다른 부처 출신은 단 8명(2.2%)에 그쳤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 및 외교부 내부 규정상 가장 중요한 가급 공관장을 지내거나 차관 차관보 및 주요 실국장을 지낸 72명 중에선 67명(93%)이 외시 출신으로 순혈주의는 특히 고위직에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2004년 10월 현재 외교부 8등급(서기관급다른 부처 4급) 이하 직원 중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등 산하 기관 직원 및 계약직을 제외한 1082명의 채용 경로를 분석한 결과 외시 출신은 절반가량인 55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행정고시와 기술고시 출신이 각각 37명(3.42%)과 1명이었다. 나머지 488명은 특채와 외무공채 행정공채 출신이었다.

이는 최근 채용되는 외교부 직원 가운데 외시 출신이 줄어드는 반면 특채 출신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고위직과 중하위직의 비교 시점이 다른 것은 외교부가 같은 시기의 인사 자료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인사적체가 심한 고위직을 용퇴시키고, 외국어 특기자 등을 특채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외시 및 특정 대학 출신의 고위직 독점은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9등급 이상 370명 중 서울대 출신은 208명으로 전체의 56.2%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외국어대가 44명(12%), 고려대 30명(8.2%), 연세대 29명(7.9%) 순으로 국장급 이상 외교부 간부 가운데 4개 대학 출신이 84%나 됐다.

특히 주요 대사나 실국장을 지낸 고위 외교관 72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52명으로 72%나 돼 사실상 요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외교부 최대 학맥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은 9등급 이상에서는 17.1%(63명), 주요 대사 및 실국장 등에서는 37.5%(27명)를 차지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깨기 위해 지난해 말 비()외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김호영 전 행정자치부 행정관리국장을 외교부 2차관에 임명했다.

외교부는 정부 부처 간 13급 고위직의 인적 교류를 위한 고위공무원단에 올해 편입되기 때문에 타 부처 출신의 외교부 진입 장벽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외교부 일각에서는 구조조정과 외부 인사 영입 확대에 반발하는 기류도 있다. 한 외교관은 특채나 다른 부처 출신 인사 수혈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언어 구사 능력이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만으로는 종합적 사고력과 탁월한 정보 수집 능력이 필요한 외교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