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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심리적 홀로 서기

Posted November. 24, 200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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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뜨거운 맹세/앞서서 나가니/산자여 따르라/산자여 따르라. 올해 8월 27일 청와대에서는 또 한 차례 운동권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비장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전남지역 노사모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대표적인 운동권 투쟁가 합창으로 분위기가 잡힌 뒤 노 대통령의 나대로 국방관()이 이어졌다. 노사모 대표가 녹음해 공개한 얘기다.

대통령은 한국군의 심리적 홀로 서기를 위해 휴전선의 미군 2사단 병력을 후방으로 빼도록 했다는 취임 초의 무용담을 꺼냈다. 당시 국무총리는 반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하나의 폭탄 발언이다. 수도 한복판(용산)에 미군이 연합사를 갖고 한국군까지 지휘하는 상태를 벗어나야 한국군이 심리적으로 홀로 설 수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 모습이 모두 같은 궤()에서 나왔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발언이다.

그러나 한국군 스스로 북의 도발을 막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 것부터 틀린 전제다. 미국의 경제적 압력이 두려워 미군을 줄이라는 요구를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던 차에 한국군의 심리적 홀로 서기를 위해 미군의 후방 배치를 결단했다는 요지다. 그 후 미국 측의 미군 감축 계획도 즉각 환영하며 수락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면 안 된다면서 이제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지위는 강화되고 있다고 실제와 동떨어진 자평도 곁들였다.

한국군을 독립적 강군()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위험한 미군 공백 상황에 빠뜨릴 필요가 있다는 뜻인가. 강군 육성도 자녀의 독립심 길러주기와 같다고 보는지 모르겠으나, 아이 교육은 한때 잘못되면 고칠 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국방은 한번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자주()와 주권()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 보위다.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가 바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