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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병길 소방장을 애도한다

Posted November. 16, 200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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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밤 부산시내 주택가 가스폭발 현장에서 주민 2명을 구하고 숨진 서병길 소방장(57부산 금정소방서 서동파출소)은 우리에게 값진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 나의 삶, 나의 가족만을 소중히 여기고 남의 불행과 비극은 외면하고 사는 이 이기적() 세상에 그의 순직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청량한 외침이다.

의로운 죽음의 주인공 서 소방장은 정년퇴임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있었다. 부산 침례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에서 그의 동료들은 굳이 위험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며 애통해 했다. 유족들은 30여 년 간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쉬는 날을 보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그는 늘 앞장서서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동료들은 말했다. 이날도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며 혼자서 현장의 가장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무너지는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고 말았다.

그는 생전에 1만9500여 차례 화재 현장에 출동해 1050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이날 2 명을 더 구하면서 이 숫자는 1052명으로 늘어났다. 구급대원으로 모두 2100명의 응급환자를 긴급 이송하기도 했다. 33년 간 소방관으로서 한 길을 걸은 것만 해도 자랑스러운 일인데 그는 마지막까지 남을 위해 살다 갔다.

그가 남긴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사는 것이 값진 삶이며, 제복을 입은 공직자로서 바른 자세인가를 가르쳐준다. 우리는 그의 소중한 죽음을 헛되이 해선 안 된다. 죽은 사람과 그 가족만 손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 서병길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석자를 길이 우리의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의 값진 희생이 두고두고 기억되고 얘기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 뉴욕의 911테러 당시 순직한 342명의 소방관과 서해교전으로 희생된 우리 해군 장병 6명에 대한 예우 사례는 국가와 사회의 예우에 대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 등의 긴급구조 활동을 격려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의식한 듯 순직 해군 장병들의 예우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유족들이 의로운 죽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한 순간 반짝 입에 발린 찬사와 위로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서 소방장의 명예로운 죽음에 삼가 애도와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