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ctober. 16, 2006 03:09,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 취임과 함께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슬로건 아래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했다. 정부의 이름을 참여정부라고 칭했고, 대통령비서실에 국민참여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거나 대학교수들과 시민단체를 참여시킨 여러 위원회를 만드는 등 새로운 국정운영실험에 나섰다.
그러나 3년 7개월이 지나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노무현 정부의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공법학자들의 평가는 칭찬보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한국공법학회(회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가 14일 건국대에서 참여민주주의의 공법적 결산이란 주제로 연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몇 가지 긍정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국민의 국정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다.
참여민주주의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주제발표를 한 이계수 건국대 법대 교수는 현 정권에서 정당의 역할이 최소화되는 반면 전문가 집단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폭이 확대된 것을 민주주의적 참여의 폭 확대로 동일시하는 것은 착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모든 국민이 정부, 국회, 정당을 비롯한 정치사회에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사실 정치사회에 요구를 전달하고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는 개별 국민이 아니라 기업, 노동조합, 사회단체 등 조직체라며 국민에 의한 정치에서 조직에 의한 정치로 대체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지지세력은 물론 다양한 정치세력을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광수 명지대 법대 교수는 현 정부가 내건 기치만큼의 국민의 참여와 지지는 없다면서 한국 정치에는 민주화 세력뿐 아니라 근대화, 국제화 등 다양한 세력이 있는데 이들 다양한 세력을 포용하지 못한 것이 참여 동력 상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우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참여민주주의의 공법적 실험과 그 공과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완전국민참여경선제에 대해 책임정당의 포기나 다름없으며 이를 법률로써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그는 국민참여경선이 권위주의적인 정당운용, 조직선거, 금권선거 등을 극복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당원들에게)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를 초래해 책임정치를 추구하는 데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위원회 정치에 대해선 전문가와 시민활동가를 대폭적으로 관여하게 함으로써 그 고유기능인 비판적 기능이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정부로 빠져나갔으나 그에 필적하는 활동역량이 충원되지 않아 시민사회단체의 활동력 약화를 불러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