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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한-중-러 신뢰 못한다

Posted October. 09, 200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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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핵실험 강행을 발표한 뒤 국제사회의 압박과 설득에 직면하고 있는 북한은 일단 추가 발표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은 채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핵실험 보도를 4일까지 반복한 뒤 5일 이후에는 핵실험과 관련된 추가 보도를 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6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경고메시지를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고 철천지원수인 미국이 핵실험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는데도 무반응으로 일관한 것.

다만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6일 총대가 약하면 반제 군사전선을 고수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주권을 포기하게 되고 제국주의자들 앞에 굴종하게 된다며 선군()정치를 독려하는 보도를 했을 뿐이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경고성명 채택 과정에서 안보리 이사국들과 외교적 접촉도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당 총비서 추대 9돌을 맞은 8일에는 전 매체를 동원해 김정일 찬양에 주력하며 내부 체제 결속을 도모하는 모습이었다.

서강대 김영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인민들에게 핵실험 강행 계획이 전파되는 데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적으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5일 평양발로 핵시험 성명은 행동을 전제로 발표된 것이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구현돼 있다고 강조해 핵실험 강행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조선신보는 지난해 2월 핵무기 보유를 선포한 조건에서 핵시험 실시는 사태 진전의 필연적 귀결이며 혹시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면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야말로 조선을 잘못 본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계획은 수정 없이 그대로 집행돼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조는 7월 1822일 평양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지금은 전 세계가 적인 만큼 자력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감내하겠다는 메시지를 밝힌 데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진 않았지만 안보리 결의에 찬성한 중국과 러시아, 비료와 식량의 추가 지원을 동결한 한국을 지명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대대장, 대대 정치지도원대회 참가자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관례상 날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기적으로 외무성의 핵실험 발표일인 3일일 가능성이 높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