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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딜레마

Posted July. 05, 200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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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내정을 강행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내부 불만이 김근태 의장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만찬 전날 김 의장이 노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4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 의장이 이번 개각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모종의 사전 조율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당 주변에선 이날 오후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김 의장이 김병준 부총리 내정과 관련해 행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의원들의 불만을 진화하는 데 주력했던 것은 대통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며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 의장도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하고 오후 늦게 우상호 대변인을 통해 28일 청와대 독대 내용을 세세히 공개하며 대통령과 개각에 대한 의견교환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논의된 주 안건은 대통령의 탈당 여부였다고 소개했다. 김 의장이 책임정치 구현 차원에서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을 도와 달라고 했다는 것. 노 대통령이 다음날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공개 약속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531지방선거 참패로 흐트러진 당을 추스르는 게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서는 노 대통령의 조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당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대통령의 중심 역할을 강조한 것이라는 얘기이나 결과적으로는 일종의 거래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 대통령은 김 의장의 탈당 불가 요청을 수용하는 대신 당도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점에서 김 부총리 내정자는 대통령 탈당 불가가 이미 예고돼 있었던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장으로서는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청와대 독대는 당청 관계의 본질 문제 해결 필요성을 외면한 단견이었다고 김 의장을 비판했다.

당장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내정자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국정은 내 소신대로 하겠다는 식의 노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도 김병준류의 인사가 재연될 소지도 크다. 이 경우 열린우리당은 여론의 화살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김 의장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서 있다. 당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와의 제휴가 당과 자신을 최악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조수진 민동용 jin0619@donga.com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