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는 데 결정적 기준이 됐던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감사원의 재산정 결과 매각 당시 제시된 부실전망치 6.16%가 아닌 8%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11일 BIS 비율을 재산정한 결과 8%대가 나왔다면서 이 수치를 놓고 마지막 검산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제시된 각종 BIS 비율 산정 기초자료들을 토대로 재산정 작업을 벌였다면서 검산과정에서 소수점 이하 수치는 변할 수도 있겠지만 8%대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IS 비율이 8% 미만일 경우 부실우려 금융기관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재산정 결과는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최대 근거였던 외환은행의 부실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BIS 비율이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론스타가 BIS 비율 조작에 개입했을 경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자체가 무효화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15일경 최종 재산정 수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감사원은 또 외환은행과 금융감독원이 2003년 7월 15일 외환은행 매각 관련 10인 회의 직후 4차례 e메일과 팩스를 통해 BIS 비율을 조율한 사실을 확인하고 외환은행과 금감원 고위간부들의 조직적인 수치 조작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곤학 금감원 은행검사1국 수석검사역이 감사원 조사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2003년 7월 16일 백재흠 금감원 은행검사1국장은 이 검사역에게 2003년 말 예상 BIS 비율을 6월 말 기준으로 최악의 케이스를 가정해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 검사역은 지시를 받은 당일 외환은행 허모(사망) 차장에게 비관적인 시나리오와 중립적인 시나리오를 보내달라고 요청해 허 차장은 같은 날 5.42%의 BIS 비율 전망치가 담긴 자료 1장을 이 검사역의 e메일로 보냈다.
허 차장은 21일에는 6.16% 전망치가 적힌 5장의 자료를 팩스로 보냈고, 이 검사역이 백 국장에게 이 수치를 보고하자 백 국장은 그 정도 수치면 됐다고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고위간부들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등 핵심관련자 3인도 재소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