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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트레스

Posted March. 08, 200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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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냉장고의 냉동실이 커진다. 노래방 비디오방 폰팅방 등 각종 방이 늘어난다. 신문 1면에서 정치 기사가 줄어든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1997년 12월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망한 10년 뒤 한국의 모습이다. 지금 상황을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던 근거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던 세계적 수준의 고()스트레스형 사회구조였다. 극심한 교통 정체 속에서의 신속한 통화 필요성, 요리에 필요한 시간 단축 등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욕구가 결국 한국사회의 트렌드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른바 참살이(웰빙)라는 것도 결국 스트레스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자는 것과 통한다. 스트레스가 넘치는 세상이 되면서 다른 사람의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스포츠, 연예, 오락, 레저산업 등은 번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사람에게 적당한 자극을 줘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좋은 스트레스와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나쁜 스트레스.

미국 내분비학회지 3월호 표지 기사로 실린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쌓이기만 할 뿐 풀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은 꾸준히 증가하기만 할 뿐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견디려 하지 말고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피하기가 그리 쉬운가.

31절 골프로 위기를 맞은 이해찬 국무총리는 평소 골프로 스트레스를 풀어 왔다고 한다. 이번에도 국회에서 독한 표정과 오만한 언사로 야당 의원과 격돌해 적지 않은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안겼던 다음 날 자신은 부적절한 멤버들과 나이스 샷을 외치며 스트레스를 날렸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동안 그로 인해 분비된 국민의 카테콜라민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해찬발() 스트레스는 그대로 남는 걸까.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