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오전 강경파(범좌파)와 온건중도파(국민파)가 1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서로를 비판하는 등 대립이 더욱 격해지자 당분간 위원장 선출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선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노총 내 갈등은 비정규직법 등 노동계 주요 현안과 맞물려 노사정() 모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경파인 기호 1번 이정훈 후보 측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위원장을 뽑기 위한 21일 임시대의원대회 유보를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국민파가) 대의원을 지명하거나 임의로 변경하는 편법으로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의원의 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파도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 측이 소속사업장 조합원들을 동원하는 등 사전에 조직적으로 준비해 10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민파 측은 21일 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을 뽑아야 한다며 기호 1번에 대한 선관위 제소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21일 임시대의원대회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파는 이날 강경파 측이 10일 정기대의원대회 무산을 위해 만들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9일자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부당 졸속 선거, 무자격 대의원 등의 사유로 보궐선거 안건 폐기 요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의원 수에서 밀리는 강경파가 위원장 선출을 계속 무산시키면서 세력 확산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수세에 몰린 강경파가 비정규직법 등을 놓고 투쟁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명성 경쟁으로 입지 확대를 꾀한다는 분석이다.
과거 운동권 출신부터 민족해방, 민중민주로 나눠진 양측은 1998년 노사정위 출범 직후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강경파는 노사정위 출범으로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 노동계에 불리한 제도가 잇달아 도입됐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노사정 대화 참여에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해 온건중도파로 분류되는 이수호 당시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참여를 대의원 안건으로 내세우자 강경파는 시너까지 뿌리며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온건중도파 관계자는 저쪽 사람들은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강경파 때문에 민주노총이 투쟁 대신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