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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왜 침묵 ?

Posted January. 07,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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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침 많은 조간신문이 비슷한 정정 기사를 동시에 실었다.

경찰청장에 내정된 이택순(54사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용산고, 서울대 1년 후배라고 보도한 기사가 틀렸다는 내용이었다. 본보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는 용산고 21회인 이 내정자가 이 총리(용산고 22회)의 고교 1년 선배였던 것. 이 내정자는 재수를 했기 때문에 서울대에는 이 총리와 함께 1971년에 입학했다.

왜 많은 언론이 이 같은 오보를 냈을까. 또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아야 할 당사자는 왜 침묵했을까.

이 같은 오보는 5일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9일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시위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 때 많은 언론이 후임 청장 후보를 소개하면서 이 내정자가 이 총리의 후배라고 보도했다. 경찰 관계자들도 모두 예외 없이 이를 확인해 줬다.

하지만 본보는 5일 독자 2명에게서 이 내정자가 이 총리의 선배라는 지적을 받고 다시 취재해 정정 보도를 냈고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경찰청 간부들은 대부분 보도가 틀릴 리 없다면서 이 내정자가 이 총리의 선배라면 첫 보도가 나가고 일주일이 넘도록 왜 아무런 얘기가 없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의 말처럼 이 내정자가 전화 한 통만 했더라도 언론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내정자는 이에 대해 5일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원래 관직이라는 것은 계급이 높은 사람이 선배고 어른입니다. (이 총리의) 직위가 높으시니까 선배로 볼 수 있는 면이 있고 또 언론이 그렇게 보면 그렇게 적응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몇몇 동문이 전화를 했기에 세상살이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재벌이 중소기업의 큰형이고 중소기업이 영세기업의 큰형이듯 관직도 마찬가지라고.

이 내정자는 또 선후배가 잘못됐다고 함부로 얘기할 수 없었고 (총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바로잡았을 때 어떤 실익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이 내정자는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이 내정자가 총리의 선배라는 사실을 밝히면 다른 사람이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 역시 청장 후보 보도 이후 선후배가 바뀌었다고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었고 적극적으로 미리 알리고 다닐 일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달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이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비한 준비팀을 구성했다고 6일 밝혔다. 팀장은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인 윤재옥 경무관이 맡았으며 사무실은 이 내정자의 현 근무지인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경기경찰청에 마련했다.



이재명 이진구 egija@donga.com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