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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다른 불구속 잣대

Posted November. 11, 20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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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형제 4명이 비자금 326억 원을 조성해 대부분 사적인 용도로 착복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이들을 전원 불구속 기소해 재벌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0일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 전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이 1995년부터 10년간 비자금 326억 원을 개인 용도에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용성,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 286억 원을 횡령했다.

이들은 이 비자금을 박 전 회장 형제들의 가족 생활비로 107억 원, 두산건설 유상증자 대금 납부를 위해 박 전 회장 일가가 은행에서 빌린 돈에 대한 이자대금으로 139억 원, 가족 공동경비로 37억 원, 회장단 잡비로 3억 원을 사용했다.

박 이생그룹 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방가구 제조업체 넵스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40억 원을 생활비와 사찰 시주금 등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박용성 전 회장이 구속될 경우 국익에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박 전 회장 형제를 모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불구속 결정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이나 죄질이 극히 나쁜 점, 비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다른 재벌과의 형평성 등에 비춰 볼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이상민() 간사는 검찰이 국익이라는 추상적인 이유를 앞세워 총수 일가 모두를 불구속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이 일관된 원칙과 기준 없이 정치적으로 판단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한 것은 재벌 총수 봐주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 형제 4명을 포함해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두산그룹 계열사 전현직 대표 등 총 1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및 배임)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신)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의 경우 부친의 지시에 따라 단순한 자금 관리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박용곤() 명예회장은 1990년대 초 비자금 480억 원을 개인 용도나 계열사 지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확인했으나 특경가법상 횡령죄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기소하지 않았다.



이태훈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