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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민 24년만에 세탁소 차렸는데

Posted September. 07, 200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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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장만한 세탁소인데.

미국 정부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발생 7일 만에 뉴올리언스 진입을 허용한 5일.

권오수(51) 씨는 부인과 함께 새벽부터 차량행렬을 헤집고 5시간 만에 도착한 코즈웨이 부근 고가도로에서 물에 잠긴 세탁소를 바라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세탁소에 접근하기 위해 이 골목 저 골목을 자동차로 돌아다녀 봤지만, 물 때문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지난해 3월 세탁소를 개업한 권 씨는 열흘 전에 보일러를 새로 구입하면서 모처럼 아메리칸 드림의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 그 꿈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메터리 지역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도 물이 30cm나 들어찬 흔적이 역력했다. 카펫은 썩어가고, 전기가 끊기면서 냉장고에 든 음식이 상한 냄새로 집안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그의 부인은 가재도구를 정리하며 눈물을 흘렸다. 1982년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뒤 뉴올리언스에 정착하기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1992년에는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 한흑() 갈등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권 씨는 1992년에는 그때가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이번에는 물난리에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양마켓을 운영하는 박희성(57) 사장도 가족들과 함께 물에 잠겼던 집안을 청소했다. 박 사장은 동네가 몽땅 폐허가 돼 버렸다. 여기 메터리 지역에서 25년 살았지만 오늘 둘러보니 완전히 딴 동네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조카뻘인 마이클 리(22) 씨도 동양마켓 근처의 집에서 물먹은 카펫, 가재도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뉴올리언스대 3학년인 그는 개학 1주일 만에 학교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휴스턴 등 주변지역에서 학교허가를 따로 받은 뒤에야 학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카트리나로 인한 한인들의 재산피해액이 1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상호 뉴올리언스 지역 한인 피해자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5일 밝혔다.

그는 카트리나 피해 지역의 한인은 3000여 명, 업소가 180여 개, 주택이 800여 채에 이르고 1인당 최고 피해액이 60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피해를 복구하는 데는 몇 년이 걸려 한인들의 사업 기반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