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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본받자

Posted August. 18,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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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9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회의실. 초록색 새마을 모자를 쓴 중동인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새마을운동을 배우기 위해 11일 한국을 찾은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 및 아르빌 주의 공무원 18명.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 중인 한국 자이툰부대의 협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교육 책임자 안철균 팀장이 오늘은 기적입니다라며 첫 인사를 건넸다. 교육 시작 후 처음으로 전원이 출석 시간을 지켰기 때문이다.

중동에는 인샬라 문화라는 것이 있다.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로 곧잘 핑계거리로도 쓰인다. 약속에 늦거나 실수를 해도 인샬라라고 말하면 모두 용서가 된다는 것.

이들도 그랬다. 교육 첫날인 12일 첫 강의 때는 대부분 30분에서 한 시간가량 지각했다. 그러나 교육 나흘째인 15일 아침엔 전원이 시간을 엄수했다.

아르빌에 뿌리 내릴 새마을운동=오전 9시 10분 조명래 단국대 지역개발학과 교수의 강의가 시작됐다. 주제는 한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교훈.

2시간에 걸친 강의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새마을운동이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어떤 구실을 했나 실천 과정의 어려움과 극복책은 무엇이었나 등.

칼라히 이스마엘 무하마드(60) 살라하딘대 교수는 전쟁과 외세의 지배 등 한국과 KRG는 닮은 점이 많다. 한국이 새마을운동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했듯 우리도 새마을운동으로 가난을 벗고 모든 쿠르드인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45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 유랑민족이다. 아직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해 이라크, 터키,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자치정부에는 약 400만 명의 쿠르드족이 살고 있지만 이들 역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2003년 축출되기 전까지 온갖 학대를 당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198788년 쿠르드족이 분리 독립운동을 벌이자 독가스를 사용해 약 18만 명의 쿠르드인을 학살했다.

우리의 꿈은 30층 건물=오전에도 밝았던 분위기가 오후가 되자 더욱 떠들썩해졌다. 서울 남대문시장 견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엄청 막혔다. 그러나 교통 체증조차도 이들에겐 좋은 볼거리였다. 빼곡히 늘어선 차량과 경부고속도로 양쪽으로 보이는 고층 빌딩을 쳐다보느라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남대문시장에 내리자마자 이들은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르빌 시의 가장 높은 빌딩은 고작 11층.

2030층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서울 시내 한복판의 모습은 그 자체가 새마을운동을 배워야 하는 이유였다. 짧은 쇼핑 시간에 남자들은 셔츠와 넥타이를, 여자들은 각종 장신구를 사들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라시완 살리(21) 씨는 마치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다. 10년 뒤에는 우리에게도 저런 멋진 건물과 잘 가꾸어진 공원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들뜬 표정이었다.

6박 7일간의 교육과 견학을 마치고 17일 아르빌로 돌아간 이들은 20개 지역에서 피폐해진 지역 재건에 앞장서게 된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