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한미 딴 생각으론 북핵 못 푼다

Posted August. 12, 2005 03:04,   

ENGLISH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어제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북한의 일반적 권리로 북한이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런 점에서 우리는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한미 간에 시각 차이가 여전하며, 공조도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놀랍고 걱정스럽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불허 방침을 천명할 정도로 완강한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이달 말 속개될 제4차 6자회담에서도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미국보다 북한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요구를 쉽게 철회할 리 있겠는가.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 복귀해서 안전협정조치를 충실히 지키면 평화적 이용을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결코 무리한 주장이 아니다. 더욱이 회담 참가 5개국이 이를 공동 보장하게 될 것이므로, 북한이 진정 핵개발 의사가 없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한국도 이런 확고한 원칙 위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주무 장관이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데 미국이 틀어서 회담이 안 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미국과 전혀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이번 6자회담에 나갔음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창조적 모호성이란 이상한 개념을 동원해 민감한 평화적 핵 이용 부분은 북미가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게 해서라도 합의문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결국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무기와 평화적 이용을 분리해서 들고 나오리라는 것쯤은 웬만한 북한 전문가들도 다 예측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미국과 충분히 사전 조율을 했어야 했다. 전략 부재()라는 비판을 들을 만 하다. 이제라도 미국과 머리를 맞대고 공동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 진전이 없으면서 이런 저런 회담 평가를 하는 것은 자화자찬()으로만 들린다.